신춘문예

2017년 신춘문예 당선작

주선화 2017. 1. 5. 10:32

애인 / 유수연 (조선일보 당선작)



애인은 여당을 찍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했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는 꿈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있다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우리의 입에는 답이 없다 우리는 안과 밖

벽을 넘어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

어둠과 한낮 속에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손의 에세이 / 김기형(동아일보 당선작)



손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 굿모닝 굿모닝


손에게 손을 주거나 다른 것을 주지 말아야 한다

손을 없게 하자

침묵의 완전한 몸을 세우기 위해서 어느 순간 손을 높이,

높이 던지겠다


손이 손이 아닌 채로 돌아와 주면 좋은 일

손이 손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면 좋은 것이다 굿모닝 굿모닝


각오가 필요하다 '나에게 손이 없습니다' 말할 수 있는 일종의


나는 아직 손을 예찬하고 나는 아직도 손을 사랑하고 있다 손의 지시와 손의 의지에 의존하여 손과 함께 가고 있다

손과 함께 머문 곳이 많다 사실이다 손을 포기하지 못하였다 '제발 손이여' 라고 부르고 있다 '제발 손이여 너의

감각을 내게 다오, 너의 중간과 끝, 뭉뚝한 말들을 나에게 소리치게 해다오' 라고 외친다 손이 더 빠르게 가서 말할 때,

나는 손에게 경배하는 것이다


손의 탈출은 없다


다만 손들이 떨어진 골목을 찾고 있다

해안가에 앉아 손도 없고 목도 없는 생물들에게 그들의 뱃가죽을 보면서 골목을 뒤진다

손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는다 손은 쉬지 않는다 손이 멈추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손은 자신이 팔딱거리

는 물고기 보다 훨씬 더 생동하고 멀리간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손이 말하는 불필요, 손이 가지려 하지 않는 얼굴


손은 얼굴을 때린다 친다 부순다 허물기 위하여 진흙을 바른다 손을 으깰 수 있다 손은 먼 곳으로 던질 힘이 있다 손

이 손을 부른다 손이 나타나면 눈을 뜨고 있던 얼굴들이 모두 눈을 감고 손에게 고분하다 말하지 않고 손의 이

야기를 기다린다 손은 다른 침묵을 가진다


손의 얼개가 거미줄처럼

거미줄과 거미줄 그리고 또 그런 거미줄이 모여든 것처럼 내빼지 못한 통로를 연다

손 사이에서 망각한다 손 안에서 정신을 잃는다 손의 춤을 본다 그 춤을 보면서 죽어갈 것이다

스러져가는 얼굴들이 감기는 눈을 어쩌지 못한다 나는 손에세 조각이 난다

손을 감출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울었지만 동그랗게 몸을 만 손이 어떤 불을 피우는지, 무엇을 터트리려고 굳세어지는지

이 공포 속에서 손에 대한 복종으로 계속 심장이 뛴다고 말한다


손을 놓고 가만히


탁자 앞으로 돌아온다 손이 응시한다 손이 그대로 있겠다고 하다

손이 뒤를 본다

손을 뗀다 반짝하고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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