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몰래 예뻤던 봄 / 손순미

주선화 2021. 4. 8. 17:24

몰래 예뻤던 봄

 

ㅡ 손순미

 

 

  문을 닫은 지 오래인 카페 앞 자목자목 목련이

지고 있다 목련이 죽음의 향기를 내지른다 아무

도 몰래 예뻤다가 색종이처럼 떨어져 내리는 목

련,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여기 목련이

지고 있어요, 누가 확성기 좀 빌려줘요! 나는 트

럭을  얻어타고 마을을 돌며 목련의 임종을 알

려야 하리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목련은 저 혼자

예뻤다가 어두운 카페 유리창에 제 몸을 비춰본

다 화려한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목련의 울음이

흑흑, 떨어져 내린다 화양연화의 시절이 간다 나

무 절벽 아래 떨어져 내리는 것이 있다 치마가

거꾸로 뒤집힌 채 낙화하는 헝겊 인형의 추락사

를 본다

 

  목련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푯말을 내걸었

던  한 장의 봄날이 저만치 간다 나는 아무도 없

는 카페의 목련밭에 서서 목덜미를 자주 만져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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