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북
ㅡ 전결
소금쟁이 웅덩이에 떠 있다
죽은 듯 있다
산 것이 산 채로 꼼짝도 않을 때
그것은 집중
발이 딛고 선 곳을 두드리는 순간
잠잠하던 물이 안테나를 펼쳤다
떨림은 울림에서 피어난다
벌레 한 마리 물 위를 지났을 뿐인데
기슭의 잎이 흔들리는 건
물의 입에서 피어난 떨림이
나무의 귀에 닿았기 때문
나무는 꼼짝 않고 귀 기울이고 있었을 것
테두리가 테두리를 미는 힘으로
나이테는 겹을 늘리고
겹겹의 결 한가운데 흔들리는 울음
물의 무늬를 새겼을 것이다
나무의 심연에서 일어선 소리의 결이
사방으로 퍼져나갈 때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열리는 눈과 귀는
안테나다
고요에서 일어서는 것의 무늬는 왜 둥근가
소금쟁이 한 마리 지나간 자리
북이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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