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물의 북 / 전결

주선화 2021. 9. 29. 16:47

물의 북

 

ㅡ 전결

 

 

소금쟁이 웅덩이에 떠 있다

죽은 듯 있다

산 것이 산 채로 꼼짝도 않을 때

그것은 집중

발이 딛고 선 곳을 두드리는 순간

잠잠하던 물이 안테나를 펼쳤다

떨림은 울림에서 피어난다

벌레 한 마리 물 위를 지났을 뿐인데

기슭의 잎이 흔들리는 건

물의 입에서 피어난 떨림이

나무의 귀에 닿았기 때문

나무는 꼼짝 않고 귀 기울이고 있었을 것

테두리가 테두리를 미는 힘으로

나이테는 겹을 늘리고

겹겹의 결 한가운데 흔들리는 울음

물의 무늬를 새겼을 것이다

나무의 심연에서 일어선 소리의 결이

사방으로 퍼져나갈 때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열리는 눈과 귀는

안테나다

고요에서 일어서는 것의 무늬는 왜 둥근가

소금쟁이 한 마리 지나간 자리

북이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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