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르 본주
ㅡ이서화
이스탄불 재래시장에서
나자르 본주 팔찌 하나를 샀다
팔목에 차고 온종일 시큰거리는 눈으로
고대 도시를 바라보았다
오후에는 체기를 앓았고
누군가 손끝을 따야 한다기에
죄 없는 바늘을 수소문 끝에 찾아서
실로 묶은 손끝을 찔렀다
손끝에서 새빨간 눈동자가 튀어나왔다
곁에서 보면 푸르스름한
한 방울의 피가
반짝 눈을 뜰 때
캄캄하던 내 속이 환히 뚫렸다
무수한 눈동자가 꿰어진
나자르 본주가 혈관을 돈다
가끔은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가늘게 눈 뜨고 악마의 눈을 버려야 할 때가 있다
오죽하면 그 좁은 바늘구멍으로
붉은 눈동자 하나가 나올까
더 늦으면
사람의 몸에서 악마의 눈동자가
뚝뚝 떨어질 때가 있다
악마의 눈동자는
상처를 통해 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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