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나자르 본주 / 이서화

주선화 2022. 3. 1. 10:31

나자르 본주

 

ㅡ이서화

 

 

이스탄불 재래시장에서

나자르 본주 팔찌 하나를 샀다

팔목에 차고 온종일 시큰거리는 눈으로

고대 도시를 바라보았다

오후에는 체기를 앓았고

누군가 손끝을 따야 한다기에

죄 없는 바늘을 수소문 끝에 찾아서

실로 묶은 손끝을 찔렀다

손끝에서 새빨간 눈동자가 튀어나왔다

곁에서 보면 푸르스름한

한 방울의 피가

반짝 눈을 뜰 때

캄캄하던 내 속이 환히 뚫렸다

 

무수한 눈동자가 꿰어진

나자르 본주가 혈관을 돈다

 

가끔은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가늘게 눈 뜨고 악마의 눈을 버려야 할 때가 있다

오죽하면 그 좁은 바늘구멍으로

붉은 눈동자 하나가 나올까

더 늦으면

사람의 몸에서 악마의 눈동자가

뚝뚝 떨어질 때가 있다

악마의 눈동자는

상처를 통해 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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