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소파와 노파
ㅡ신향순
더 이상 누구도 담을 수 없는 저녁
느슨해진 소파는 속절없이 문밖으로 밀려나갔다
마당 한편에서 매화꽃이 하얗게 폭죽을 쏘아 올리고
기억이 다 날아가 버린 노모의 둔부를 받아주던 그였다
한때는 넓은 가슴으로
지루한 하루를 품어주던 그가
경계 없이 기대던 그녀를 담 너머로 바라보며
매화꽃 속으로 지고 있었다
다시 봄이 오고
늘어지는 뱃가죽을 어찌할 수 없을 무렵
그녀는 안간힘으로 주먹을 꽉 쥐었던
손을 스스로 풀었다
붙박이처럼 매달려 해바라기 하던 그림자도
폭죽 속으로 날아올랐다
스며든 눈물자국엔 딱지가 앉았고
기분 좋은 날의 커피 지문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체취만 남겨놓고
그는 분리수거차에 실려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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