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불멸의 꽃 / 김왕로

주선화 2022. 10. 13. 07:26

불멸의 꽃

 

-김왕로

 

 

  어머니 떠난 자리 꽃자리다. 꽃자리에 피는 꽃을 돌아온 어머니라 써

본다. 꽃을 찾아 날아오는 나비의 화창한 허공을 어머니 마음이라 써본다.

 

  내 시원은 어머니에 있고 나는 어머니가 머리와 팔, 다리와 발, 눈과 코,

입을 제자리에 맞춰 준 퍼즐이다. 내 잔뼈가 굵어진 것은 내 거친 뿌리를

무조건 받아준 어머니 사랑 때문이다.

 

  내 존재가 뱀 무늬처럼 뚜렷해질 때 어머니는 내가 벗은 허물같이 가볍

고 희미해졌다.

 

  얼룩지고 어두운 나를 꽃으로 꽃자리로 환히 밝혀주는 어머니, 거칠게

피가 끓어오르는 나를 순한 꽃 짐승 한 마리로 만들어준 어머니, 오두방정

떠는 내게 정갈한 꽃 걸음을 가르쳐준 어머니, 어두운 세상을 갈아엎게 역

발산의 힘을 길러준 어머니

 

  살다 보니 오는 이별로 텅 빈 가슴 꽃이 되어 꽃으로 채워준 어머니, 식

은 가슴 아낌없이 꽃불로 활활 타올라 태워주는 어머니, 쓰러지려는 나를

지주가 된 꽃대로 받쳐주는 어머니

 

  나는 어머니라 읽고 하늘이라 적는다. 저물지 않는 하늘이라 적는다. 죽

음을 이겨낸 초월의 꽃, 불멸의 꽃이라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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