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ㅁ평전 / 하두자

주선화 2022. 9. 28. 12:53

ㅁ평전

 

-하두자

 

 

한사코 밖을 외면하며 갇혀 있는

내 방의 고요는 네모

산다는 것의 안과 밖 두 얼굴을 동시에 갖고 있다

 

모서리가 있고 구석이 있고

구부러지면 꺾어지는 어둠의 자세까지 살고 있는데

내가 말을 거는 순간 벽 속으로 숨어버린다

 

창문을 벗어난 달이 더 캄캄한 쪽으로 기운다

열려진 저편을 바라보며

닫힌 세계의 한끝에서 싱싱하게 자라는

음지 식물은

나를 닮았을까 닮지 않았을까

 

난 줄기도 없고 빛에 집착하는 뿌리도 없으니

은밀한 문장만 피우고 싶은 생각만 있을 뿐

 

시계와 달력을 떼어내고

스마트 폰을 버리고 인터넷도 끊어

벽과 벽을 만들었다

 

주어도 부사도 없이

썼다가 구겨지는 은유를

가장 고독한 에필로그가 될 때까지

 

큰 입을 벌리고 있는

ㅁ 안에 문장을 채워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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