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평전
-하두자
한사코 밖을 외면하며 갇혀 있는
내 방의 고요는 네모
산다는 것의 안과 밖 두 얼굴을 동시에 갖고 있다
모서리가 있고 구석이 있고
구부러지면 꺾어지는 어둠의 자세까지 살고 있는데
내가 말을 거는 순간 벽 속으로 숨어버린다
창문을 벗어난 달이 더 캄캄한 쪽으로 기운다
열려진 저편을 바라보며
닫힌 세계의 한끝에서 싱싱하게 자라는
음지 식물은
나를 닮았을까 닮지 않았을까
난 줄기도 없고 빛에 집착하는 뿌리도 없으니
은밀한 문장만 피우고 싶은 생각만 있을 뿐
시계와 달력을 떼어내고
스마트 폰을 버리고 인터넷도 끊어
벽과 벽을 만들었다
주어도 부사도 없이
썼다가 구겨지는 은유를
가장 고독한 에필로그가 될 때까지
큰 입을 벌리고 있는
ㅁ 안에 문장을 채워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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