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을 지나는 배경에는 덕장이 있다
-Daisy Kim
얇은 옷차림으로 떠난 하루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했다
열한 살의 축축한 가분을 내다 걸면 당신의 척추
위에서 꾸덕꾸덕 말라가던 성장기
배곯은 허공이 세를 늘리면 겨울은 허리를 접었다
중력을 잃어버린 칼바람은 기다렸다는 듯 검은
목구멍 같은 터널을 지나야만 했다
비릿한 호흡으로 직립을 견디면 다시 바다의
껍질이 속살을 부풀리는 겨울,
어디에도 지붕은 없었다
이국의 이름으로 포장지에 담겨도 날씨에 따라
나는 먹태이거나 황태였다
하늘에 줄 하나를 그으면 부푼 한철에 시간을
걸고 있는 아버지에게로 가는 길
부은 발등 위에 노릇노릇 떨어지는 별똥별
어둠의 뒤꿈치를 밟고 사라진 날들이 신발을
고쳐 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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