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23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주선화 2023. 1. 18. 13:43

레드문

 

-권영유

 

 

개기월식이라는 뉴스에 옥상으로 가본다

붉은 달이 초콜릿 듬뿍 묻힌 초코파이 같다

한 입 베어 문 그때

 

평화동에 산 적 있다 절취선 같은 골목 따라가면

노인이 듣보기안경으로 거스름돈 꺼내주던

구멍가게가 나왔다 초코파이 한 상자 어김없이 한

봉지씩 우물거리는 밤 별들도 그 부스러기였다

네가 갈래? 내가 갈까? 자매끼리 서로 떠넘기다

마지못해 사라갔던 그 가게, 초코파이만큼은 늘

채워져 있었다 날마다 야금야금 갉아먹는 열다섯,

빈 봉지 털어보듯 용돈도 털려갔다 속을 채우고

담아도 늘 고팠던 그때의 정은 오직 초코파이

 

오리온자리를 찾아본다

그 자리 뜯어보면

열 두 개의 촉촉한 정이 있다

 

 

*나의 감상

초코파이라는 대상에 대해

추억을 꺼내 성찰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