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23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주선화 2023. 1. 20. 11:48

구 일째

 

-황정희

 

 

구 일째 산불이 타고 있다

 

한 할머니가 우사 문을 열고

다 타 죽는다 퍼뜩 도망가래이 퍼뜩 내빼거라 꼭 살거라

필사적으로 소들을 우사 밖으로 내몰고 있다

 

불길이 내려오는 화면을 바라보며

밀쳐놓은 와이셔츠를 당겨 다린다

 

발등에 내려앉은 석양처럼 당신은 다가오려 했고

나는 내 발등을 찍어 당신이 집나간 지도

구 일째

 

주름진 당신의 얼굴이 떠올라 매매 반듯하게 기다리고 있다

 

똑 똑

똑똑 똑똑

똑똑똑똑똑똑

 

빗소리다

 

쏟아지는 빗소리가 진화를 몰고 와

우산을 쓰고 돌아온 당신 속으로 질주하는 나는 맨발

 

날 밝아

체육관으로 피했던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갔을 때

다 타버린 우사 앞에서 할머니를 기다리는 소들의 모습이 비쳤다

 

 

*나의 감상

감정이 보이지 않는데 감정이 보인다

뚝 뚝 내 밷듯이

좋은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