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잼
-정재율
빵 안에는 잼이 있어
고요하게
이게 무슨 과일이지?
나는 그것을 입에 놓는다
테이블은 길고
컵은 깊다
우리 어떻게 친해졌지?
의자를 당기며 내가 묻는다.
무화과라고
영수증으로 배를 접으며
친구가 말한다.
나는 그 말을 믿고
한입 더 베어 문다
물렁한 것들은 병 속에 들어가면 더 단단해진다는데
아무도 모르겠지
최초의 잼은 전쟁에서 이긴 후
신이 나서 만든 것이라는 걸
누구도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아침 식사는 거르지 말자
식빵은 왜 잼을 바른 면으로만 떨어질까
질퍽하게
부족한 계절에
저장해놓았던
이야기들이 바닥에 달라붙는 동안
바깥으로 몇몇의 사람들이 지나갔다
바쁘게
빵 굽는 냄새를 지나
다량의 설탕 속으로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끈적끈적한 여름에
다만 그렇게 더 많은 병을 꺼내보면서
앞뒤로
잼을 바를 것이다
'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비가 쓰고 남은 나비 / 심언주 (0) | 2023.02.25 |
---|---|
오렌지 중에서 구름의 지분 / 임재정 (0) | 2023.02.22 |
cccp / 임재정 (0) | 2023.02.16 |
압화 / 마경덕 (0) | 2023.02.15 |
저라는 것 / 이선영 (0) | 2023.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