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최초의 잼 / 정재율

주선화 2023. 2. 21. 10:41

최초의 잼

 

-정재율

 

 

빵 안에는 잼이 있어

고요하게

 

이게 무슨 과일이지?

나는 그것을 입에 놓는다

 

테이블은 길고

컵은 깊다

 

우리 어떻게 친해졌지?

의자를 당기며 내가 묻는다.

 

무화과라고

 

영수증으로 배를 접으며

친구가 말한다.

 

나는 그 말을 믿고

한입 더 베어 문다

 

물렁한 것들은 병 속에 들어가면 더 단단해진다는데

 

아무도 모르겠지

 

최초의 잼은 전쟁에서 이긴 후

신이 나서 만든 것이라는 걸

 

누구도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아침 식사는 거르지 말자

식빵은 왜 잼을 바른 면으로만 떨어질까

 

질퍽하게

 

부족한 계절에

저장해놓았던

 

이야기들이 바닥에 달라붙는 동안

바깥으로 몇몇의 사람들이 지나갔다

 

바쁘게

 

빵 굽는 냄새를 지나

다량의 설탕 속으로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끈적끈적한 여름에

 

다만 그렇게 더 많은 병을 꺼내보면서

 

앞뒤로

잼을 바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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