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수국정원 / 김예강

주선화 2023. 3. 13. 09:14

수국정원

 

-김예강

 

 

거짓말이 핀다 폭탄이 되려고

이 정원은 푸른

말만 부푼다 자동차가 달릴 때마다 도로는

거짓말을 퍼뜨린다 거짓말이

아니라고 말할 거짓말이 자나간다 거짓말이 피어 있다

구역질이 나는 참말이 점점 붉은 말로 색을 바꾼다

이 구역, 저 구역이 얼굴을 붉힌다

눈이 사라진 자리에 입술은 지저귄다 귀가 사라지고 입술이

코가 퇴화하여 입술로 입술이 한 송이 꽃이

흔들린다 붉은 참말이 흔들린다

거짓말이 거짓말에 기댄다 이마가 맞붙고 속삭인다

가녀린 몸이 후청거린다 너무 많은 입술이 실려

기우뚱하다가도 피어 있다

도로는 정원의 거미줄에 걸려 긴장하다 곧 도로가 된다

잎사귀가 귀와 바꾼 꽃이 입 속에 나비를 한가득 물고

삼키려다 뱉어 버리려다 물고만 있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이어받고 거짓말이 자란다

둥근 얼굴이 완성된다 홑트림 없이 얼굴은 유지된다

건드리면 터질지도 모를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거짓말 휘고 구불해지고 늘어지는

저항이 퇴색되어 가는 이 정원은 더 이상 비밀이 유효하지

앉을 때 색을 벗는다 정확히 폭발 직전에 정원은

입을 벌려 나비를 날려 보낸다

그러고는 폭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