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이근일
섬에 고립되지 않으려면
물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네 마음을 훔치려면
그 순간을 밝은색으로 물들여야 한다
한 사람을 가둔 한 사람이 있었다
같은 자리를 맴돌던 그 집에선
게가 문 거품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썩은 몸으로 수백 년 버티던 나무가
끝내 기우는 순간은 언제인가
낮에는 환희가
밤에는 우울이 파도치는 너의 바다
그 어디쯤에서 흔들리는 섬
나는 오늘도 바다에 배를 띄우고
그 섬을 향해 가는 것이다
높고 낮은 파도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뱀이 허물을 벗듯
얼굴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순간은 언제인가
빛을 머금은 그 얼굴이
다른 얼굴을 밝게 물들이는 순간은
ㅡ시집 "당신의 기억은 산호색이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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