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의 쉬폰 원피스
-황수아
봄이 쉬폰 원피스를 입고 집 밖으로 나왔다
마음이 시위대처럼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고
다만 쉽게 희망차고 싶었다
목련이 어두운 길목에 떨어졌고
봄의 쉬폰 원피스에 꽃의 그림자가 스몄다
외로움이 만개하고
벚꽃이 긴장을 놓아버린 순간에도
마음은 호숫가로 행군하며 그 풍경이
장관이라고 했다
틀에 박히게 틀어박힌 히키코모리가
세상의 비극은 봄에 시작된다고 쓰는 동안
나무는 꽃을, 꽃은 계절을, 계절은 사람을
쉬운 방식으로 놓아버렸다
고봉밥 밥알들처럼 숫자를 셀 수 없는 꽃잎들이
계절의 소화기관으로 녹아들며
사라지고 있었다
봄은 마음에게
외롭지 않은 하루에 대해 의논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쉬폰 원피스가 펄럭이지 않게
조심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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