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여름 별장 / 신성희

주선화 2023. 6. 10. 10:45

여름 별장

 

-신성희

 

 

오전이 끝나가고

우리는 조용한 주택가를 걷고 있다

 

함께 걷는 게 얼마 만이야?

여름이면 이곳이 그리웠어

나는 말하고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너는

이제 거의 다 끝나간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는 네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는 것 같아서

너를 자꾸 바라보게 된다

 

길거리 여기저기 개똥이 흩어져 있다

우리는 개똥을 피해서 걷는다

시市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수돗물을 틀어 흘려보내지만

개똥을 늘 그대로 라고 너는 말한다

 

계속 걸어도 괜찮겠어?

발 아프지 않아?

대답 대신 너는

여름이면 왜 콧잔등에만 땀이 나는지 모르겠어

짧은 반바지를 찢어버리고 싶어지는 게 이곳 날씨야

여름이 지루해

그러면서 너는 이제 거의 다 끝나간다고 한다

그런 네가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만 같아

너를 자꾸 바라보게 된다

 

너는 하얀 돌 하나를 손에 쥐고 있다

문방구를 지나고

빵집에서 흘러나오는 빵 냄새를 맡으며

검은 양복 상의가 걸린 양복점을 지나 우리는 걸어간다

구름이 느리게 흘러가고

몇 년 동안 너는 무섭게 늙어버린 것 같다

 

너의 손 안에서 돌이 꿈틀거린다.

벗어나려고

돌과 나에게 들으라고

너는 조용히 말한다

괜찮아, 제발 가만히 있어

이제 다 끝나가

알 수 없는 여름이

이상한 여름이 계속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