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구 반원과 손의 앞날
-김한규
알고 있을까
알아도 모르는 체가 된 채로 거기에 있다 뚫려 있는데 내다보는 것도 들
여다보는 것도 아니다 내다볼 이유가 있어도 내다볼 날이 없고 들여다보
고 싶어도 반원은 뚫린 채로 막고
그러면서 손으로 나온 표가 건네지고 흩어지고 사라지고 그래서 또 어
떻게 됐는지, 모르는 것은 모를 수밖에 없는 마음인데
그런 사람이 또 없는데 없는 사람이 버젓이 있으며 묶여 있다 풀어진 날
을 알지 못했다 매표구 앞에는 아무도 없는데 반원은 거두지 않는다
보여질 필요가 없는 것과 보이는 것이 서로 상관하지 않는 채로
그랬는데 그러고도 한참이나 그러는 시간이 매표구와 손을 한마디도 거
들지 않았다, 접었습니까?
모를 일은 몰라서 알려고 해도 일어날 수 없는 중이다
나오지 않은 표는 섞이지 않았다 손은 다른 곳을 지나고
그런 사람이 또 없어서 매표구 반원이 손을 거두자 베니어합판의 색이
낡았다 보여주거나 기다릴 까닭이 없는 반원은 석양을 품지 않았다
석양을 거둔 흔적을 없애고
접은 날과 접지 않는 날이 서로
마주칠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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