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공작소
-홍계숙
화요일마다 뻥튀기를 사러 간다
방금 튀겨낸 강냉이,
헛헛한 시간을 달래기에 뻥튀기만 한 것이 없어
입에 넣고 깨물면 빠삭 부서지고 한 알 더 넣고
또 넣고 입 안 가득 고소한 냄새를 씹는다
뒤집는다
삼키지 말고 뱉어볼까
소리의 냄새와 감촉은 정직하고 채워지지 않는다
순간 미끄덩 넘어가고,
심장에서 마법사로 태어날 것 같은 뻥튀기
팡, 솟구친다
언어는 부풀고
죽은 아버지가 일어선다 살아있는 어머니가 쓰러지며
문장은 완벽해진다
나는 화요일을 뻥튀기 기계에 넣고 튀기는 꿈을 꾼다 자그만
날개를 꺼내며 벚꽃으로 눈송이로 사방으로 흩어지고
두 손으로, 두 귀를 펼쳐,
열 개의 입을 벌려 받아먹는다
종이에 프린터에 가방에 알갱이가 뛰어다니고
화요일로 가는 버스는 뜯지 않은 뻥튀기가 된다
뻥이요! 소리에
꽃과 열매 산과 바다가 쏟아진다
터지지 못한 생각들이 타다다 튀어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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