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오브 라이프
-데이지 김
사과를 앞에 두고 사과를 생각한다
녹색 몸통, 환의 고리를 휘감은 나뭇잎 한 장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너의 맨살에서는 사과 냄새가 난다
빨개진 노을을 껴안고 알몸의 입술을 열어 사과를 나누어 깨물었다
그것은 사과라는 말이 있기도 전 먼 옛날의 기억
금지된 이름을 가지고 고통은 너의 믿음 쪽으로 번식했다
사과로 가는 길에는 독으로 가득한 붉은 의심이 가득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껍질
너는 너를 되돌아 나오지 못한다
그것은 어둠 속 씨앗 그것은 아삭한 죄의 맛
너는 아직 잘 여문 열매를 한 입 베어 물고
쫓겨나지 않았다
가장 오래된 낙원 상점에서 너는 쭈글쭈글해지고
있는 하나의 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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