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사과 오브 라이프 / Daisy Kim

주선화 2023. 12. 26. 11:24

사과 오브 라이프

 

-데이지 김

 

 

사과를 앞에 두고 사과를 생각한다

 

녹색 몸통, 환의 고리를 휘감은 나뭇잎 한 장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너의 맨살에서는 사과 냄새가 난다

 

빨개진 노을을 껴안고 알몸의 입술을 열어 사과를 나누어 깨물었다

그것은 사과라는 말이 있기도 전 먼 옛날의 기억

 

금지된 이름을 가지고 고통은 너의 믿음 쪽으로 번식했다

사과로 가는 길에는 독으로 가득한 붉은 의심이 가득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껍질

너는 너를 되돌아 나오지 못한다

 

그것은 어둠 속 씨앗 그것은 아삭한 죄의 맛

 

너는 아직 잘 여문 열매를 한 입 베어 물고

쫓겨나지 않았다

 

가장 오래된 낙원 상점에서 너는 쭈글쭈글해지고

있는 하나의 사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