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멀리 던지기
-서윤후
나의 개 프랑코와 원반던지기를 한다
선크림 백탄 도시의 원주민들은 약속이 많아 공원을 그냥 지나친다
생략되는 풍경 속에 있다는 기쁨이 온다
너무 멀리 던졌는지 프랑코는 돌아오지 않고
부메랑 하나가 날아와 내게로 꽂힌다
삼십 년 전 어린 내가 유원지에서 던진 것이
저 멀리 프랑코가 주인을 만나 떠나간다
부메랑은 내게 말을 건다
이제 제가 던질 차례예요
동해 맹방해수욕장에서
허정 산부인과에서
호주 원주민 아보리진이 점거한 언덕에서
내가 쏟아져 내린다
나는 나를 가장 많이 잃어버린 사람
부메랑이 꼭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가자
전쟁 중의 길 찾기란
서로의 참호 속에서 잘 깎인 과일을 먹고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고
사랑하고 씻은 듯이 헤어지는 일의 반환점
마지막에 프랑코를 부르지 않은 건
세상에 나보다 더 완만한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돌아보지 않게 만들려고
나는 이 악몽을 작성하는 중이다
꿈이라기엔 평평하고 사실이라기엔 횡설수설인
이야기의 나는
나의 이야기와 조금 다르다
그 굴곡이 빚는 커다란 곡선은
나를 물어 오라고 시키고
잔디밭 위에서 깨어난다
사람들이 운동화 스카치를 번쩍거리며
내가 모르는 둘레를 그리고 있다
머리맡에는 축축한 원반 하나
프랑코의 이빨 자국 위로 밤이슬이 고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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