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 그리고 타임
-장선희
사람들은 시장으로 갑니다
눈을 비껴간 신상을 찾아
새콤한 맛을 찾아,
봄날 기분은 얼마예요?
사람들은 시장에서 싱싱한 위로를 고릅니다
나의 이웃과 나를 먼저 떠난 친구들
시장에서 간혹 보입니다
슬픔이 차오르면 나는 한 마리 물고기가 되어
가판대에 표정 없이 누워 있곤 합니다
오늘은 봄나물과 어울리나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 그리고 타임*을 살겁니다
발걸음이 멜로디에 묻히도록
딸기는 표정에 상큼을 더합니다
슬퍼할 틈이 없도록 스카프를 바꿔 보여주세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 그리고 타임은
머릿속 결말을 바꿔줄 이름
지루한 눈꺼풀을 깨워 줄,
새로운 나를 찾는 게 바다 수영 같은 걸까요?
망망대해로 만든 의자가 필요합니다
흥정해 볼까요?
나비를 사고 싶은 마음은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고 가까이 갈 수 있게 해줍니다
아프지 않기 위해 꽃 한 송이 삽니다
잊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걸 너무 많이 잊었네요
식탁 위에 정물처럼 앉혀 놓고
자주 바라보면 잊지 않겠지요
나는 여전히 시장에 있고,
맨드라미가 왕관을 쓴 꽃밭 속입니다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 그리고 타임은 못 샀지만
오늘은 내가 시장입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scarborough fair'에 나오는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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