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사운드 오브 뮤직 / 박소란

주선화 2025. 6. 21. 07:10

사운드 오브 뮤직
 
- 박소란
 
 
날이 밝자마자 달려드는 드릴 소리
인부들이 뭐라고 언성을 높이며 뚝딱거리는 소리
 
나는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잠들지 못하고
귀를 틀어막는다
 
갓난쟁이가 빽빽거리며 우는 소리
어디로 가려고 기차를 탔는지
아기 엄마는 쩔쩔맨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서해로, 어느 바다로도 나는 가지 못하고
 
콩나물국밥을 시켰는데
누군가 날계란을 집어 뚝배기에 탁- 깨뜨려준다
이렇게 먹으면 맛있어
설익어 흐물거리는 계란은 꼭 사건 현장 같아서
탁해진 국물을 허겁지겁 퍼먹는다 어떤 증거를 인멸하려
 
삭삭삭- 숟가락이 뚝배기 바닥을 긁는 소리
으, 소름 돋아
 
귀를 막고 또 막아도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우리 엄마도 저랬을까, 저랬겠지
나는 별난 애였으니까
 
창문을 열어젖히고 악다구니를 쓴다
조용히 좀 해요 조용히
울부짖는다
뭣도 모르고 알을 부순 새처럼 밤낮없이 열증을 앓는 아기처럼
 
살 수가 없어 도무지 살 수가
기차를 타고 아주 멀리 떠나려 할 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