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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주선화 2007. 12. 8. 13:05
 

계단


          유홍준



계단 아래

꽃밭 있다 거기

허튼 꽃 목숨들 살다가 진다 계단처럼 죽음이

차곡차곡 쌓인다 나는 본다 모든 주검은 계단처럼 빳빳하다

죽음이란, 구부러지지 않는 무릎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것

세상의 마지막 계단 나는

너의 발아래

맨가슴을 디민다 등짝을 디민다

당신의 발은 나의 머리보다 위에 있다

인조 대리석 차가운

몸 위에

누군가 새로운 육신을 쌓고 또 쌓길 바라는 나는


계단 아래 계단이다


꽃의 소멸도 계단이 진다, 라고 읽는 계단이다



* 당신의 발은 나의 머리 위에 있다, 티벳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