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뒷모습

주선화 2009. 1. 17. 10:39

뒷모습 / 이규리

 

 

어떤 스님이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목살 두어 근 사들고

비닐봉지 흔들며 간다

스님의 뒷목이 발그럼하다

바지 바깥으로 생리혈 비친 때처럼

무안해진 건 나였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분홍색 몸을 가진 것

어쩌면 우리가 서로 만났을까

속쇠라는 석쇠 위에서 몇 차례 돌아누울

붉은 살들

누구에겐가

한 끼 허벅지 식사라도 된다면

기름 냄새 피울 저 물컹한 부위는

나에게도 있다

뒷모습은 남의 것이라지만,

너무 참혹할까 봐 뒤에 두었겠지만,

누군가 내 뒷모습을 본다면

역시 분홍색으로 읽을 것이다

해답은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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