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목계리에서

주선화 2009. 1. 16. 15:50

목계리에서 / 박라연

 

 

가도 가도 산뿐이다가

겨우 몇 평의 감자밭 옥수수밭이 보이면

그 둘레의 산들이 먼저 우쭐거린다

제 몸을 가득 채운 것들을 신의 흔적이다

라고 믿고 싶지만

두 눈으로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사람의 흔적인 옥수수의 흔들림 감자꽃 향기는

왕산(王山)이 본 것 중 가장 귀한 것이다

가도 가도 산뿐이다가

차 파는 오두막집이 보인다

그 주인은 이미 산의 일부이면서

바람의 일부일 것이다

적막 속 어딘가에 집 한 채만 보여도

왕산(王山)은 그 기(氣)를 바꾼다

수십만 평의 산을 거뜬히 먹여 살리는 것은

한 됫박쯤 될까 말까 한

몇 사람의 숨소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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