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굴참나무밭에 가서

주선화 2009. 2. 9. 10:10

굴참나무밭에 가서 / 장철문

 

 

청개구리 한 마리가 굴참나무 살을 뚫고 나오고 있다

대가리로 힘껏, 밀어올리고 있다

살이 뚫리고, 살갗이

봉분처럼 밀려올라오고 있다

아랫배에 잔뜩 힘을 주느라고

상판대기 볼따구니까지 등허리빛이다

얼씨구!

한 마리가 아니다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참나무람 참나무 가지마다

빠끔한 데가 없다

찌구락 짜구락 뽀그락 대가리를 내밀고 있다

뚫린 데마다 청개구리 대가리다

굵고 단단한 참나무 속살이다

좀 실례,

동면하던 개구리가

겨우내 움츠렸던 뒷다리를 잔뜩 버티고서

으랏차차차 아랫배에 기를 모아서는

졸참나무 갈참나무 물오른 살갗을 밀어젖히고 있다

우격다짐으로 참나무 밖으로 몸뚱이를 밀어내고 있다

팽팽하다

그예 한 마리가 몸통을 쑥 내밀고 툭툭 털며

크억, 끓는 가래를 모아서는

퉤!

조상대대로의 목청을 한번 뽑았다 하면

그 신호가 한순간에 해일이 되어서

그예 푸른 목청의 바다에 이놈의 산이 먹히고 말겠다

 

 

*무릎 위의 자작나무 시집에서

 

 

 

 

 

 

 

'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은 눈 (안도현)  (0) 2009.03.03
개 같은 삶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하여  (0) 2009.02.16
내 머리카락에 잠든 물결  (0) 2009.02.02
이슬 사다리  (0) 2009.01.16
눈 먼 사랑  (0) 2009.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