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참나무밭에 가서 / 장철문
청개구리 한 마리가 굴참나무 살을 뚫고 나오고 있다
대가리로 힘껏, 밀어올리고 있다
살이 뚫리고, 살갗이
봉분처럼 밀려올라오고 있다
아랫배에 잔뜩 힘을 주느라고
상판대기 볼따구니까지 등허리빛이다
얼씨구!
한 마리가 아니다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참나무람 참나무 가지마다
빠끔한 데가 없다
찌구락 짜구락 뽀그락 대가리를 내밀고 있다
뚫린 데마다 청개구리 대가리다
굵고 단단한 참나무 속살이다
좀 실례,
동면하던 개구리가
겨우내 움츠렸던 뒷다리를 잔뜩 버티고서
으랏차차차 아랫배에 기를 모아서는
졸참나무 갈참나무 물오른 살갗을 밀어젖히고 있다
우격다짐으로 참나무 밖으로 몸뚱이를 밀어내고 있다
팽팽하다
그예 한 마리가 몸통을 쑥 내밀고 툭툭 털며
크억, 끓는 가래를 모아서는
퉤!
조상대대로의 목청을 한번 뽑았다 하면
그 신호가 한순간에 해일이 되어서
그예 푸른 목청의 바다에 이놈의 산이 먹히고 말겠다
*무릎 위의 자작나무 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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