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삶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하여 /이윤학
점심 무렵,
쇠줄을 끌고나온 개가 곁눈질로 걸어간다.
얼마나 단내 나게 뛰어왔는지
힘이 빠지고 풀이 죽은 개
더러운 꼬랑지로 똥짜바리를 가린 개
벌건 눈으로 도로 쪽을 곁눈질로 걸어간다.
도로 쪽에는 골목길이 나오지 않는다.
쇠줄은 사려지지 않는다.
무심코 지나치는 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밀려가듯 개가 걸어간다.
늘어진 젖무덤 불어터진 젖꼭지
쇠줄을 끌고 걸어가는 어미 개
도로 쪽에 붙어 머리를 숙이고
입을 다물고 곁눈질을 멈추지 않는다.
하염없이 꽃가루가 날린다
*시집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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