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사다리 / 박라연
16년 만에야
서늘한 울음 터뜨립니다
어린 꽃 혀는 글쎄
따 담기엔 너무 짠한 향기를 벌써
몇 바구니째 입에 뭅니다
마음 중(中) 한 다리만 잘못 움직여도
쩍쩍 금이 가는 식구들의 잠자리만 만져줍니다
살 한 톨 내밀 처지가 못 된다고
중얼거리는 일밖에 없었는데
아픈 중얼거림의 틈새마다 향기를 발라줍니다
꽃대 떠난 자리에 튼실한 밧줄 둥글게 모여
있습니다 밧줄마다엔 반석이 달려 있고요
숨지기 직전까지 한(恨)만 마시고도
꽃대를 꽃신으로 밀어올린 옥화처럼
오직 비움의 향기를 타고
높이 떠 있는 사다리에 올라앉고
싶습니다 가까이 가서 만져보니
밧줄도
반석도 이슬방울들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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