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을은 가을이어서 따뜻합니다
가을빛에 얼굴이 그을려도 좋습니다
가을이라는 이름자 앞에서는 모든 게 만족합니다
가을은 우리에게 왕겨빛 하늘과
사부자기 양떼구름을 몰고 옵니다
가을엔 가을남자를 선물합니다
걸어가는 남자에게 작은 어깨라도 빌려주고 싶습니다
가을은 등을 떠미는 햇살에게도 한 겹 옷을 입힙니다
가을은 워즈런즈러니 피어나 싱숭생숭 마음자리 한 번씩 흔들고
가을은 발간고추가 탐스럽게 피어나고
지붕위에는 호박이 팔랑팔랑 익어갑니다
작은 바람에도 억새는 춤을 추며
낙엽 한 잎 바스락 소리 내며 걸어갑니다
가을엔 먹을 것이 없어도 배가 부릅니다
가을이 익어 밥을 되었습니다
가을은 든든합니다
옆에 누운 내 버시 같이
거먕빛 속으로 함께 걸어갑니다
*경남문학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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