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가을 / 주선화

주선화 2012. 1. 3. 12:53

가을

 

 

 

가을은 가을이어서 따뜻합니다

가을빛에 얼굴이 그을려도 좋습니다

가을이라는 이름자 앞에서는 모든 게 만족합니다

가을은 우리에게 왕겨빛 하늘과

사부자기 양떼구름을 몰고 옵니다

가을엔 가을남자를 선물합니다

걸어가는 남자에게 작은 어깨라도 빌려주고 싶습니다

가을은 등을 떠미는 햇살에게도 한 겹 옷을 입힙니다

가을은 워즈런즈러니 피어나 싱숭생숭 마음자리 한 번씩 흔들고

가을은 발간고추가 탐스럽게 피어나고

지붕위에는 호박이 팔랑팔랑 익어갑니다

작은 바람에도 억새는 춤을 추며

낙엽 한 잎 바스락 소리 내며 걸어갑니다

가을엔 먹을 것이 없어도 배가 부릅니다

가을이 익어 밥을 되었습니다

가을은 든든합니다

옆에 누운 내 버시 같이

거먕빛 속으로 함께 걸어갑니다

 

 

 

 

*경남문학 겨울호

 

 

 

 

 

 

'발표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벚꽃 / 주선화  (0) 2013.07.29
호랑가시나무를 엿보다 / 주선화  (0) 2012.09.11
봄, 바람꽃 / 주선화  (0) 2011.09.06
에델바이스 / 주선화  (0) 2010.12.22
벌이다 / 주선화  (0) 2010.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