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고 놀기

가을 들판과 놀기 / 신용목

주선화 2012. 1. 9. 14:46

 

 

 

 

 

가을 들판과 놀기 / 신용묵

 

 

어느 맥없는 손이

가까스로 널어놓고 간

 

아무도 걷어가지 않는

 

저 허공에 진 주름만큼

고개를 끄덕이는, 갈대꽃

 

 

 

낙엽

 

 

바람이 피 흘리고 간 자리마다 낙엽

떨어져 있다 그 살점들 바라보는 것만으로

상처가 덧나는 곳에 노인이 앉아 있다

 

온몸에 흉터를 달고 저렇게 잠들 수 있다니!

 

여기서 머물면

자주 얇아지는 버릇도 병이 되어 바싹,

마른 소리를 내며 쓸려갔다가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노인은 잠들어

바람에게 체온을 나누어준다

상처가 빨갛게 말라 바람의 이빨이 환하다

그 마지막 공양으로

오늘도 눈 내리지 않으리

 

노인이 안고 잠든 지팡이가 앞맥처럼 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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