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
김려원
어둑해지는 산길에서 후박꽃들 어두워진다.
어차피 꽃잎의 질서란 밤과 낮을 보고 배운 방식이니까, 저녁은
두껍고 아침의 산길은 한없이 얇아서 모두 후박나무의 차지다.
나는 서둘러 산길을 내려오면서
저 어두운 밤이 모두 축축한 나무들 껍질로 단단해 지는 것을 보았다.
흐르는 소리의 소유권을 주장하듯
물길 옆, 나무들 흔들리다가
물길을 닮아 구불구불해지는 것을 꽤 여러 해 지켜보았다.
계곡에 박힌 돌부리들, 물에 걸려 넘어진 저것들은 실상 옆새우
나 가재, 도룡뇽이나 개구리와 같은 냄새를 풍기며 모래의 날들로
간다.
후박, 이라 말하고 나면 반드시
오르막과 내리막이 한 호흡 속에 있다.
두꺼워진 후박의 어깨에 내려앉는다.
비늘을 품은 나무껍질들이 어둠을 바짝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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