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1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주선화 2019. 1. 3. 11:12

사과를 따는 일

                                 권기선



  나는 아버지 땅이 내 것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

린다 그런 마음을 먹은 뒤부터 아버지 땅에 개가 한

마리 산다 깨진 타일조각 같은 송곳니는 바람을 들

쑤신다 비옥한 땅은 질기고 촘촘한 가죽의 눈치를

살피다 장악되고 과잉되다 갈라진다 아버지는 땅

을 방치하고, 나는 그것을 납치한다 깊은 목젖을 끌

어올려 목줄을 뜯은 늙은 개가 간신히 사과 하나를

놓고 엎드렸다 세상 혼자서 짊어지려던 남자의 무게

를 견디다 어깨가 굽었다 힘은, 무기의 정착역 같았

다 엎드린 개가 일어서지 못하고, 사과는 지하의 고

요한 관(棺)을 기억해낸다


  아버지는 땅에 몰래 사과나무 한 그루 심은 날 그해

사과는 한 개도 달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땅이 내 땅

되던 날 나는 사과나무 아래 아버지를 묻었다 병 걸

린,


  아버지를 먹고 자란 사과나무


  붉은,


사과 따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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