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아몬드 / 박은영

주선화 2020. 5. 23. 09:04

아몬드

ㅡ 박은영

 

 

이것은 딱딱한 눈물이다

 

나무라는 것을 몰랐을 때, 우리는 지하 단칸방에서 시간을

나눴다 너와 나를 갈라놓는 건 죽음 외엔 없다고 믿었다

동거는 추운 등끼리 부비며 오늘을 사는 일

 

저 별은 몇 캐럿일까

 

막장의 인부가 되어 캐낸 말이 바람과 양식과 아침이 되었다

다이, 아몬드만 하게 되는 일은 간단했다 곰팡이 핀 매트리스에서

늙은 상사를 떠 올리거나 지하철 빈 임신부석 앞에서 간밤의

약속을 깨기 위한 구실을 찾거나 손가락과 머리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작아졌다

 

너는 나무가 되어야 한다고 했고

나는 드라이기로 눈물방울을 말리며 거절할 청혼을 기다렸지만

 

죽은 듯 잠든 척하는 밤은,

 

아몬드와 다이아몬드 사이를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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