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ㅡ 박은영
이것은 딱딱한 눈물이다
나무라는 것을 몰랐을 때, 우리는 지하 단칸방에서 시간을
나눴다 너와 나를 갈라놓는 건 죽음 외엔 없다고 믿었다
동거는 추운 등끼리 부비며 오늘을 사는 일
저 별은 몇 캐럿일까
막장의 인부가 되어 캐낸 말이 바람과 양식과 아침이 되었다
다이, 아몬드만 하게 되는 일은 간단했다 곰팡이 핀 매트리스에서
늙은 상사를 떠 올리거나 지하철 빈 임신부석 앞에서 간밤의
약속을 깨기 위한 구실을 찾거나 손가락과 머리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작아졌다
너는 나무가 되어야 한다고 했고
나는 드라이기로 눈물방울을 말리며 거절할 청혼을 기다렸지만
죽은 듯 잠든 척하는 밤은,
아몬드와 다이아몬드 사이를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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