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지의 새들
ㅡ 배한봉
해 지는 하늘에서 주남저수지로
새들이 빨려들어오고 있다, 벌겋다, 한꺼번에 뚝뚝,
선지빛으로 떨어지는 하늘의 살점 같다
한바탕 소란스러운 저 장관
창원공단 퇴근길 같다
삶이 박아놓은 가슴팍 돌을 텀벙텀벙 단체로
시원하게 물속에 쏟아내는 몸짓 같다,
온몸으로 그렇게
삶을 꽉 묶어놓은 투명한 끈을 풀고
집으로 돌아오는 가장들,
그 질펀한 힘이 선혈 낭자한 시간을 주남저수지
물바닥에까지 시뻘겋게 발라놓았겠다
장엄하다, 이 절정의 파장
삶의 컴컴한 구덩이조차도 생명의 공명통으로 만들 줄 아는
저 순하고 아름다운 목숨들,
달리 비유할 것 없이 만다라의 꽃이다
저 꽃 만져보려고
이제는 아예 하늘이 첨벙 물속에 뛰어드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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