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한 줌의 속삭임들 / 한영옥

주선화 2020. 6. 12. 09:50

한  줌의  속삭임들

ㅡ 한영옥

 

세월, 처음부터 쏜 살은 아니었지

추운 겨울과 뜨건 여름의 돌아오던 길

아무리 재촉하며 걸어도 하염없었지

별을 따다 주마고 달을 따다 주마고

세월, 쏜 살이었다면 감히 속삭였을까

헤어진 저녁에서 다시 만나는 저녁까지

아무리 팔을 휘저어도 햇살이 남아돌던

우물거리며 마구 빨아대도 녹지 않던

꼭 사람 하나 놓칠 것만 같은 노심초사의

질정 없는 예감에 시달리던 몇 해도 있었지

웅크리며 꼼짝 않던 세월, 어느새 팽팽해져

쏜 살이 되어버리더니 망설임도 없이

전생과 내생을 감쪽같이 이어붙일 기세다

날아가는 화살 꽂히게 될 세월없을 곳

돌아오는 길도 노심초사도 없을 곳 직감하는

푸석해진 욕망들이 굼뜨게 움켜쥐어 보는

한낱 속삭임에서 그친 한 줌의 속삭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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