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내가 매화를 사랑하는 까닭은 / 김형미

주선화 2020. 7. 4. 14:22
내가 매화를 사랑하는 까닭은
ㅡ 김형미


매화는 꽃 진 늦봄부터 잎이 무성해지오 그러기에 줄기나 가지를 보려면 꽃이 피기 전을 택해야 한다오 그래야 꽃눈과 잎눈이 어디에 붙어 있고, 잔가지나 햇가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거든 자고로 매화의 전체 골격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오 제일 중요한 것은 매화를 그릴 때에는 닮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지 닮게 하다보면 다듬는 데 빠지기 때문이야 또 꼼꼼하게 하지 말아야 하는데, 꼼꼼하게 하다보면 묘사하는데 빠지기 때문이라네 닮지 않으면서도 닮아야 정신이 있고, 꼼꼼하지 않으면서도 꼼꼼해야 의취가 있는 법이거든 그리하여 매화를 그리는 자로서 능히 그 정신과 의취를 전할 수 있으면 되는 거라네 활짝 핀 꽃이 아니라 갓 피어날 꽃봉오리가 귀한 꽃 내가 몇 십 리, 몇 백 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눈 속의 매화를 찾아 나서곤 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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