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거리
ㅡ김 참
강변으로 내려가는 계단 소나무 아래 버려진 풍금,
누가 풍금을 소나무 아래 버려놓았나.
지독하게 쏟아지는 햇살 피해
소나무 그늘에 서서 강을 바라보네.
구름이 지나가는지 사방이 그늘로 덮이네.
강변도로로 양파 실은 트럭이 지나가네.
트럭이 지나가자 사방이 고요해지고
풀벌레 소리 시끄럽게 들려오네.
하늘엔 하얀 구름, 하얀 구름 떠 있고
강 건너 공장 지붕 뒤로 키 큰 미루나무 두 그루.
풍금과 소나무 사이에 서서 나는 강 건너편을 바라보네.
공장 옆 숲의 느티나무들 폭염에 묵묵히 견디며 서 있네.
느티나무 아래서 버려진 풍금 옆에서 강 건너 숲을 보는 나를 아득히 바라보네.
감상
ㅡ박준(시인)
어느 강변입니다. 둔치에는 소나무가 심어져 있고요. 시의 주인공은 쏟아지는 햇살을 피해 소나무 그늘로 갑니다. 그런데 이 소나무 아래 누가 풍금을 버리고 갔습니다. 누가 이 풍금을 버리고 갔을까 궁금해 하면서 물끄러미 서 있습니다. 그러다 무심코 강 건너편을 바라봅니다.
강 건너편에는 느티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그 나무 그늘 아래에는 어느 한 사람이 내가 있는 이 쪽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건너편의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리고 그 사람은 강 건너편의 나를 누구라고 생각할까요. 혹 저 사람은 왜 저기서 나를 바라보는가? 왜 풍금을 버리고 가는가? 하고 의아해 하지는 않을까요.
새로운 한 해의 시작, 숱하게 열릴 우리의 사이가 오해보다는 이해로 비밀보다는 진실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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