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못다 한 말 / 박은지 감상 / 김정수

주선화 2022. 2. 7. 10:32

못다 한 말

 

ㅡ박은지

 

 

설원을 달렸다

숨이 몸보다 커질 때까지

 

숨만 쉬어도 지구 반대편 사람을 만날 수 있어

 

그렇게 말하는 너를 보는 게 좋았다

여기 너무 아름답다

우리 꼭 다시 오자

 

겨울 별자리가 가고 여름 별자리가 올 때까지

녹지 않는 것이 있었다

 

 

 

감상

 

ㅡ김정수(시인)

 

 

  어떤 말은 미안해서, 어떤 말은 부끄러워서, 어떤 말은 불편해서, 어떤 말은 너무 늦어버려서 할 수가 없다. 가까운 사이라 더 속말을 꺼내놓기 어려운 경우도있다. 차라리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다시는 만나지 않을 사람에게 풀어놓는 게 편할 수도 있다. 선의로 한 말을 왜곡해서 받아들여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감정이 섞인 말에는 가시가 돋아 있다. 그 가시를 삼키면 내가 다치고, 내뱉으면 상대가 다친다. 못다 한 말이 쌓여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약속이나 기다림은 익숙한 것이지만,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한다. 어쩌면 세상의 변화보다 더 빨리 변하는 게 사람의 마음인 지 모른다. "우리 꼭 다시 오자"는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않는다. 봄 지나 여름이 와도, 너는 오지 않는다. 사랑한다가 헤어진 것일 수도, 영원한 이별일 수도 있다. 그래도 기다린다. 시인은 "먼 곳을 상상하는 사이 정말 가까운 곳은 / 매일 넘어" ('정말 먼 곳')진다고 했다. "지구 반대편 사람 만"나다 정작 '가까운 사람'을 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