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을 비문으로 적는다
ㅡ김혜천
몽중에 나에게 온 이 문장은
선사시대를 헤엄쳐 온
해독되지 못한 아사 직전의 물고기
붉은 통점(痛點)이 파닥파닥 잠을 깨운다
멈춰버린 농담처럼 행간 속에 가둔 비명의 날들
비늘처럼 달라붙은 남루를 벗긴다
쓰나미 잠들고
산란의 바다를 만날 때까지
그늘마다 검은꽃이 무성하게 피었다
뻘밭에 꼼지락거리는 난해한 기호들
검은꽃의 재해석은 묻어두기로 한다
낮을 되찾고 싶던
긴 밤의 서사를 비문으로 적는다
이제 거침없이
심해를 헤엄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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