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전류가 흐르는 모기채 / 고영민

주선화 2022. 4. 7. 11:45

전류가 흐르는 모기채 

 

ㅡ고영민

 

 

전류가 흐르는 모기채를 옆에 두고

아내가 자고 있다

그 옆에 딸아이가 자고 있다

전류가 흐르는 모기채는 마치

테니스 라켓을 닮았다

요즘 아내의 운동은

밤낮 저 라켓을 휘두르는 것이다

한밤중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허공을 향해 두어 번 라켓을 휘두른다

포핸드 스토로크, 백핸드 스토로크,

발리, 스매싱까지 이미 다 익혔다

아내의 동작은 자못 우아하다

라켓의 중앙에 맞은 공은 잠깐

파직 지지직 소리와 불꽃을 내며

상대의 코트로 포물선을 그리며 넘어간다

가끔 아내는 저 라켓으로

나방이나 파리 같은

더 큰 공을 날리기도 한다

공은 더 오랫동안 아름다운 불꽃을 만든다

아내는 웃는다

공은 다시 아내의 코트 구석구석을 시시때때로 공략한다

게임은 찬바람이 불어올 쯤이나 끝난다

자고 있는 아내의 팔뚝 한 곳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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