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류가 흐르는 모기채
ㅡ고영민
전류가 흐르는 모기채를 옆에 두고
아내가 자고 있다
그 옆에 딸아이가 자고 있다
전류가 흐르는 모기채는 마치
테니스 라켓을 닮았다
요즘 아내의 운동은
밤낮 저 라켓을 휘두르는 것이다
한밤중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허공을 향해 두어 번 라켓을 휘두른다
포핸드 스토로크, 백핸드 스토로크,
발리, 스매싱까지 이미 다 익혔다
아내의 동작은 자못 우아하다
라켓의 중앙에 맞은 공은 잠깐
파직 지지직 소리와 불꽃을 내며
상대의 코트로 포물선을 그리며 넘어간다
가끔 아내는 저 라켓으로
나방이나 파리 같은
더 큰 공을 날리기도 한다
공은 더 오랫동안 아름다운 불꽃을 만든다
아내는 웃는다
공은 다시 아내의 코트 구석구석을 시시때때로 공략한다
게임은 찬바람이 불어올 쯤이나 끝난다
자고 있는 아내의 팔뚝 한 곳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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