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비
ㅡ전영관
초록이 싱싱해서 징그럽다
회춘하듯 단도직입으로 뛰어들고 싶은데
입구를 몰라서 맴돈다
노인은 직진하지만 돌아가는 느낌이다
저 노인 백발인데 청년처럼 공원을 뛴다
뚱뚱한 할머니가 걸어가는데 앉은 느낌이다
이미 도착했다는 몸짓이다
초록의 중심은 청춘들 전유물인지
학생들이 아무렇게나 깔깔거린다
산들거리는 금계국 앞에서
당신은 당신처럼 고요한데
화면의 가로세로*
아홉 칸 중 어디에 파사체를 놓는냐 운운
유난 떨면서 꽃을 한 쪽에 두었다
무게 중심이 기울어야 서늘하고 멋지다는 둥
병들어 눈물을 전염시켰으면서
병든 것들의 낭만을 떠벌였다
당신은 중심을 잘 알아서
식탁에서도 가로세로 칸을 나누고
아들들 오면 고기반찬을 중앙에 둔다
다 보내고 겸상할 때는 내 앞에 놓는다
사랑은 중심의 운용이었다
중심 잡힌 사람은 중심을 떠벌이지 않는다
*핸드폰 카메라의 화면 분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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