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황금비 / 전영관

주선화 2022. 4. 27. 10:16

황금비

 

ㅡ전영관

 

 

초록이 싱싱해서 징그럽다

회춘하듯 단도직입으로 뛰어들고 싶은데

입구를 몰라서 맴돈다

 

노인은 직진하지만 돌아가는 느낌이다

저 노인 백발인데 청년처럼 공원을 뛴다

뚱뚱한 할머니가 걸어가는데 앉은 느낌이다

이미 도착했다는 몸짓이다

초록의 중심은 청춘들 전유물인지

학생들이 아무렇게나 깔깔거린다

 

산들거리는 금계국 앞에서

당신은 당신처럼 고요한데

 

화면의 가로세로*

아홉 칸 중 어디에 파사체를 놓는냐 운운

유난 떨면서 꽃을 한 쪽에 두었다

무게 중심이 기울어야 서늘하고 멋지다는 둥

병들어 눈물을 전염시켰으면서

병든 것들의 낭만을 떠벌였다

 

당신은 중심을 잘 알아서

식탁에서도 가로세로 칸을 나누고

아들들 오면 고기반찬을 중앙에 둔다

다 보내고 겸상할 때는 내 앞에 놓는다

사랑은 중심의 운용이었다

 

중심 잡힌 사람은 중심을 떠벌이지 않는다

 

*핸드폰 카메라의 화면 분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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