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ㅡ서연우
백 년 전에도 오늘을 날았던 하루살이가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 안에서
비를 피하고 더위를 피하고
하루살이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분명한 것이 하나도 없는 은밀한 얼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신을 만나기만 하면 내 안에서
나도 모르게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살아본 적 없는 바이러스 속에는
하루하루를 집어삼키는 비대면 속에는
생각해보면 내가 내 입을 지운 하루살이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것이 자유인 줄 몰랐습니다
날갯짓 멈춰버리면 곤두박질쳐버릴
하루살이가 한없이 날아서 만든 비무장지대인 줄 몰랐습니다
어쩌자고 잠도 안 자고 날고 있는
후렴으로 한없이
떨고 있는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하(夏) / 성선경 (0) | 2022.06.04 |
---|---|
나는 바닥부터 먼저 시작했다 / 김지율 (0) | 2022.06.04 |
반음,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 손현숙 감상 / 최형심 (0) | 2022.06.01 |
밤의 칠판 / 김 영 (0) | 2022.05.26 |
칠점무당벌레 / 송찬호 (0) | 2022.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