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애월涯月을 그리다 3 / 김밝은

주선화 2022. 9. 21. 10:36

애월涯月을 그리다 3

 

-김밝은

 

 

애월,

 

감긴 눈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 믿으며 나누었던

 

따뜻한 말들이 등뼈 어디쯤 박혀 있다가

 

울컥울컥 상처꽃으로 피어나는 시간인가 봐

 

 

순비기꽃빛으로 저녁을 짓던

 

저녁은 알아챌 수 없는 표정으로 울음의 기호들을 풀어놓았어

 

 

소금 기 밴 얼굴의 벽시계가 안간힘으로 낡은 초침을 돌리고

 

사람들 목소리 하나 앉아있지 않은 횟집,

 

수족관에는 생의 하루를 더 건넌 물고기의 까무룩 숨소리가

 

달의 눈빛을 불러들이고 있어

 

 

눈물로 온 생을 지새울 것만 같던 순간도 잊혀지고

 

단 한 번뿐일 것 같았던 마음도 희미해져 가는 거라고

 

 

어둠을 밀어내며, 달은 심장 가까이에서

 

바다의 기호들을 꺼내 가만가만

 

물고기의 붉은 아가미 사이로 들여보내주는지...

 

 

애월,

 

죽어서야 정갈해지는 아픈 생이 어디에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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