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외 1편)
-이영옥
나를 한 장 넘겼더니
살은 다 발라먹고 뼈만 남은 날이었다
당신이 나뭇가지에 매달렸던
나의 마지막 외침을 흔들어 버리면
새가 떨어진 침묵을 쪼아 올리는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텅 빈 하늘 아래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목소리는 누구인가
깊고 깊어서
부스러기도 없이
벼만 앙상하게 만져지는 기억들
미처 사랑해주지 못했던 사랑처럼
남겨진 몇 개는 그냥 두기로 했다
오래된 노래처럼
내 귓속에서 흥얼거리며 살도록
지극히 맑고 아름다운 동네
당신이 갑자기 물어왔던 질문의 답을 나는 몰랐다
아무 것도 둘러댈 수 없었던 순간에 깊은 벼랑이 생겼다
내려다 보니 꽃잎 같은 햇볕이 떠다니고
그곳에는 꿈속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미로는 헝클어진 채로 포로를 보살피고 있었다
철대문은 바람이 불때마다 붉은 녹을 흘렸다
얼굴 없는 당신이 다가와 속삭였다
이젠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오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손등에 떨어지는 누군가의 기도
우리는 이미 지나갔지만
커다란 물방울은 간절하고 슬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