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정동진 / 경기명

주선화 2022. 11. 4. 09:13

정동진

 

-경기명

 

 

새들은 동쪽으로 난다

누군가는 그쪽에서 바람이 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다는 쉬지 않고 바람을 실어 오고

새들은 바닷가로 간다

정동진역은 새들의 종점

 

새들은 모래밭에 시든 깃털을 묻는다

정동진에선 기차도 파도 소리를 내고

떠나지 못하는 새들의 손에는

기차표 대신 끊은 입장권이 소금기에 절여진다

 

몇몇 부러진 날개뼈는 어둠 속에서 들썩이고

바람은 밤새도록 백사장에서 새들의 발자국을

읽는다 바다에서 포르말린 냄새가 나는 이유다

 

새벽 정동진엔 바람도 울지 않는다

역사를 빠져나가는 새들의 깃털 위에 푸르게 자란

수초가 찰랑거리고

어두운 바다를 건너온 첫 기차가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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