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소
-김려원
어쩌면 풀을 의심해봐야겠다
풀을 먹는 초식들은 왜 한결같이
우는지
열매들을 애벌레들을
의심해봐야겠다.
입 없는 것들을 추궁해야겠다. 울음이 입이 될
수는 없을까 웃음이 귀가 될 수는 없을까 입 없
는 것들이 하나같이 귀를 닫아걸고 있다.
한창 꽃 피운 풀을 먹는
소의 입에서 우적우적 풀이 운다.
입안이 따가워
너무 환해서
꽃 지는 소의 입에서
둘둘 말린 풀밭이 운다.
풀밭에 널린 소의 똥에서 울음들이 싹튼다
소는 슬픈 맛을 즐기는 풀의 입
풀의 항문이다.
꽃 핀다, 를
꽃이 운다, 로 고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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