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우는 소 / 김려원

주선화 2023. 1. 27. 10:42

우는 소

 

-김려원

 

 

어쩌면 풀을 의심해봐야겠다

풀을 먹는 초식들은 왜 한결같이

우는지

열매들을 애벌레들을

의심해봐야겠다.

 

입 없는 것들을 추궁해야겠다. 울음이 입이 될

수는 없을까 웃음이 귀가 될 수는 없을까 입 없

는 것들이 하나같이 귀를 닫아걸고 있다.

 

한창 꽃 피운 풀을 먹는

소의 입에서 우적우적 풀이 운다.

입안이 따가워

너무 환해서

꽃 지는 소의 입에서

둘둘 말린 풀밭이 운다.

 

풀밭에 널린 소의 똥에서 울음들이 싹튼다

소는 슬픈 맛을 즐기는 풀의 입

풀의 항문이다.

 

꽃 핀다, 를

꽃이 운다, 로 고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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