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산 숲
주선화
문을 열자 대나무 숲 사이로 새 떼들
노랫소리 쨍한 날
부스스 잠 깬 민얼굴의 고요한 평화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밀려간다
노래는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들려지는 것이다
새 떼들의 노랫소리 금강송 군락까지 따라와 들려진다
맹종죽 마디마다 단단한 길이 이어진다
숲을 보호하는 신이 있는 곳이라 굿터가 자연스럽다
길이 길을 이어 모두 다 볼 수는 없다
길을 잃을 수 있으나 내가 본 것만큼 길이 있다
굽이굽이 마다 휘도는 거북이 등을 닮은 구갑죽
곧게 쭉쭉 뻗어 하늘로 오르는 편백림
등 뒤 어깨에 빛의 자리 새겨져 있다
따뜻하다가 축축하다,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 보다
*2022년 경남시학 발표
'발표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오래 휘파람을 불었던 이유 / 주선화 (0) | 2023.09.04 |
---|---|
별 보러 갈래 / 주선화 (0) | 2023.08.04 |
섬망譫妄 / 주선화 (0) | 2023.07.19 |
맨발 / 주선화 (0) | 2022.12.20 |
마른 아귀 / 주선화 (0) | 2022.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