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아홉산 숲 / 주선화

주선화 2023. 7. 20. 08:52

아홉산 숲

 

주선화

 

 

 

문을 열자 대나무 숲 사이로 새 떼들

노랫소리 쨍한 날

 

부스스 잠 깬 민얼굴의 고요한 평화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밀려간다

 

노래는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들려지는 것이다

새 떼들의 노랫소리 금강송 군락까지 따라와 들려진다

 

맹종죽 마디마다 단단한 길이 이어진다

숲을 보호하는 신이 있는 곳이라 굿터가 자연스럽다

 

길이 길을 이어 모두 다 볼 수는 없다

길을 잃을 수 있으나 내가 본 것만큼 길이 있다

 

굽이굽이 마다 휘도는 거북이 등을 닮은 구갑죽

곧게 쭉쭉 뻗어 하늘로 오르는 편백림

 

등 뒤 어깨에 빛의 자리 새겨져 있다

따뜻하다가 축축하다,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 보다

 

 

*2022년 경남시학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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