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무음을 한다
-주선화
새벽 세 시, 문자 알림 소리에 잠을 깬다
-ㅇㅇㅇ님께서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온라인 부고 알림에 낯익은 이름, 순간 팔에 소름이 돋았다
며칠 전 통화할 때도
별일 없어!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장례식장 전광판에 모란꽃 같은 그녀가
함박웃음으로 조문객을 맞고 있었다
-꿈이겠지
울음은 슬픔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유해 주는 것
같이 그 시간을 박제하는 끈 같은 것
-잘 있어
라는 말도 죄짓는 것 같아
눈물을 감추고 돌아섰다
잠들기 전, 무음으로 바꾼다
예고 없는 죽음이 들이닥쳐
슬픔이 한밤을 다 집어삼키기 전에
*2023년 경남시학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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