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투티라는 새 (외 1편)
-주선화
비스듬히 올라선 고분군
후후훗 후후훗 우는 새, 있다
잔디 사이를 돌며 땅강아지 지렁이
콕콕 집는다
들뜬 머리, 달뜬 발목, 눈길에 잡혀 한참 서성거린다
때론 세상의 시선 한 몸에 사로잡고 싶을 때 있다
새삼 어릿어릿 황홀하다
신난 발
개발, 소발, 닭발 구함
매주 일요일은 즐겁게 공 차실 분 환영합니다
- 칠성 조기축구회
벽보는 무심코 지나가는 발들을 소집하고 있다
개발이 뛰고 소발이 뛰고 닭발이 발바닥이 땀 나도록 뛰는
일요일 아침은 야단법석
월요일 골문은 곰처럼 엉덩이 무거워도 달리고
화요일 골문은 차면 먼지버섯처럼 풀썩거려도 달리고
수요일 골문은 겅중겅중 기린처럼 이리저리 뛰는 듯 마는 듯
목요일 골문은 마른풀 씹어내는 염소 입처럼 오물오물하는 듯해도 달리고
금요일 골문은 장대비 쏟아지듯 우렁찬 고함으로 시작하고
토요일 골문은 롤러코스터 타듯 빙글빙글 요리조리 돌고 돌며 달리고
소집한 발들 행여 오합지졸이라 욕하지 마
무대만 있다면 바람을 가르듯 신나게 뛰어뛰어
골대 앞에서 하늘 보며 고함도 쳐 대며 삿대질도 해대며
발과 발 끼리끼리 부딪혀 오래오래 달리고 보는
일요일은 신명 나는 신난 발이 되자
ㅡ 2023 마산문학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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