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오일장에서 만나다 / 주선화

주선화 2023. 12. 13. 16:08

오일장에서 만나다

 

-주선화

 

 

 

바다를 호령하려 먼바다로 가신 아버지

함안 오일장에서 뵙습니다.

 

좌판에 앉아 싱싱한 활어가 아닌

마지막 남은 무 두 개 떨이하라 붙듭니다.

 

생전의 아버지 만난 듯

너무도 반가워서 두 손이라도 덥석 잡고 싶었습니다.

 

무가 많이 있었지만 무겁고 버거운 무

두 손 가득 웃음 머금고 모셔 왔습니다.

무 속에 담긴 물빛 들여다보면 행복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다리통만 한 무 앞에 두고

마냥, 먹먹해져

그냥, 잠잠해져

한참을 앉았다가

 

푸른 무청 하나씩 떼어내고 잘랐습니다.

태풍과 장마, 타들어 가는 여름 볕

가슴에 커다란 심이 박힌,

 

흰빛입니다.

 

물기 잔뜩 머금고 또르르 구르는 무 한 조각

별사탕인 양 입 안에 넣습니다.

아삭아삭 씹히는 달콤한 맛

 

자신의 바다에서도 단 한 번도 활어가 되어 본 적이 없는,

 

아버지 두 손에 안은 무방한 날이었습니다.

 

 

 

* 2023년 경남문학 겨울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