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하우스
-서유
새가 죽었다.
요구르트 아줌마는 카트를 끌고 지나는 중이었고
산책을 마친 어린이들은 구령에 맞추어 돌아오고 있었다
짝, 짝, 짝
아이들이 손뼉을 쳤다.
마땅히 잘한 일이 있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요구르트 아줌마를 불러 세웠다.
경비아저씨는 새를 쓸어 담았다.
깍, 깍, 깍
새가 시끄럽게 입구를 열었다.
보도블록 위로 시체들이 쏟아졌다.
커다란 에코백을 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주워담을 수 있는 깃털과 훔칠 수 있는 부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짝, 짝, 짝
아이들이 박수를 쳤다.
마땅히 아무렇지 않게 통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가방 속에는 시체들이 가득했고
누군가는 최선을 다해 집을 부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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